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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날들 속에서 자신에게 다가올 기적과도 같은 날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겐 평범한 하루였어도 나에게는 기적처럼 다가온 하루에 대한 이야기이자, 기다림 끝에서 작게 빛나는 기적과도 같은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 어쩌면 특별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작지만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목표 없이 살아가던 중, 어린 시절 친구를 수소문하여 편지를 보낸 '영호'와 꿈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던 중, 그 편지를 받아 언니 대신 답장하게 된 '소희'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크게 연결점이 없는 것 같은 두사람을 연결해준 매개체 손편지는 손으로 꾹꾹 눌러 담아 짧은 글로 일상을 공유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것이 바뀌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느 날 '영호'(강하늘)는 문득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갑작스럽게 전학 갔었던 친구 소연을 떠올린다. 뚜렷한 목표도 없이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상황, 좋은 추억의 주인공이었던 그녀에게 무작정 편지를 써서 보낸다. 하지만 소연은 지병으로 인해서 병실에 누워있다. 소연의 동생 '소희'(천우희)는 대신해서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고, 그에게 보낸다. 몇 번의 편지를 이어가던 상황, 두 사람은 12월 31일에 비가 온다면 만나기로 약속한다. 비가 오길 바라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은, 기적과도 같은 제안이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기로 한다.
삼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목표도 없이 삼수생으로서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지, 하는일을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와 같은 고민만 이어오고 있는 영호에게 어린 시절의 따뜻했던 추억은 일상 속 작은 위로였나 봅니다. 평범했던 일상, 어린 시절 친구에 대한 기억으로 편지를 쓰고, 보내고, 기다리는 것이 특별한 시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특별할 것 없이 소소하고도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일상 속 작은 편지 한 통으로 이어진 두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자, 걸어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 담은 말들로 편지를 통해 영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희는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청춘이 비니다. 엄마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며 아픈 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날아들어온 편지에 이끌리듯 답장을 보냅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청춘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영호와 소희의 시간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서로로 인해서입니다. 소희가 글씨를 거꾸로 써 보낸 편지로 인해 하늘을 한 번 보게 되는 순간, 영호가 연습한답시고 가죽으로 만든 작은 인형으로 미소 짓게 되는 순간이 그 예입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0년대를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편지부터, 각자 두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 중 하나인 공방과 책방이 2000년대 초반의 아날로그 감성을 제대로 자극합니다. 단순히 청군 백군으로 나뉜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이런 것들을 토대로 두 인물 각자의 일상을 그려내는 과정들은 꽤나 감성적입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복고처럼 강요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배경이 될 뿐입니다.
억지스럽게 특유의 감성을 강조하지도 않고, 주입시키지도 않습니다. 그저 두 청춘의 이야기를 통해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그 이야기의 색채를 달리할 뿐입니다. 이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그것이 과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자신만의 이야기로 감성을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해당 감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건 배우들의 몫이 큽니다. 순수하고 풋풋하면서도 그 표정들 때문에 괜스레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배우 강하늘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 기다림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기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밝으면서도 부드럽고 맑은 표정의 천우희는 이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어둡거나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들과는 상반된 느낌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호와의 편지는 물론, 엄마와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그 이미지들이 와닿았습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특별하거나 거대한 사건을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간 수많은 날들 속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낮은 날,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만나자는 약속을 한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이자, 그 일상 속에서 기적과도 같은 기억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마냥 운명처럼 반짝이는 그런 인연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스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더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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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드라마 / 한국 / 117분 |
개봉 | 2021. 04. 28 |
평점 | ★7.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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