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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지는 매력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궁무진합니다. 메시지를 다양하게 전달하는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아주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입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 그리고 그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34년 차 소방공무원 '나비'와 27년 차 항공승무원 '비비안',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내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오늘도 한 걸음 다가가는 중인 현재 진행형 그녀들의 뜨거운 이야기입니다.
보면서도 정말 0.0001%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소방공무원으로 34년째 일하고 있는 나비에게는 아들이 있습니다. 그녀의 아들 한결은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색슈얼로, FTM 트랜지션 과정 중에 있는 트랜스젠더입니다. 한결은 2차 성징이 시작되었던 시절, 자신에게 가슴이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갉아먹을 정도로 끔찍하게 여겨 샤워를 할 때는 물론 옷을 갈아입을 때도 불을 끄고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딸 한결이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아와 남성이 되고 싶다는 거냐"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들 한결의 성별 정정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항공 승무원으로 27년째 일하고 있는 비비안에게는 몇 년 전,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아들이 있습니다. 국제선으로 전 세계를 오가며 게이 커플을 많이 봐왔지만, 자신의 아들이 게이일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자신이 남성 동성애자라고 쓴 편지로 커밍아웃한 아들에게, "불행한 인생을 살도록 낳아서 미안하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마이크를 잡습니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성적 소수 문화 인권연대 연분홍치마에서 제작,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비와 비비안이 주인공입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각자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해온 워킹맘이자 보통의 어머니입니다. 그렇기에 각자 두 사람이 자녀의 커밍아웃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떠한 마음인지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만큼 성소수자 부모라는 위치에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섬세하게 비춰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성소수자 이슈를 다뤄내서 부담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 세상 묵직한 이슈를 다뤄낼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그 누구보다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의 시선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것처럼 발랄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 본인, 더 나아가 보통의 부모였던 두 사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것은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자, 동시에 메시지를 전하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커밍아웃을 받았을 당시의 마음과는 달라진 그들의 이야기에 많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매일 바뀌어만 가는데, 성소수자를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머물러만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단편적으로만 보여주던 다른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달리 성소수자 본인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자녀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타 부모님들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따스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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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다큐멘터리 / 한국 / 93분 |
개봉 | 2021. 11. 17 |
평점 | ★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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