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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이 개봉 후 하나둘 올라오는 후기들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내용이나 연출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영상미를 부정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영상미를 극찬하며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하였습니다. 이쯤 되니 저도 이 작품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이 1960년대에 나왔는데, 현대 SF작품들의 원조 격인 소설이고, 영화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도 이 작품에서 차용한 설정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도대체 사막을 어떻게 구현해 놨길래 다들 영상미를 극찬하는 건지, 소위 말하는 '영화적 체음'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10191년, 아트 레이 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티모시 샬라메)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 된 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어떤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 키스 행성에 있는 한 여인을 만난다. 모래언덕을 뜻하는 '듄'이라 불리는 아라 키스는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이지만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황제의 명령으로 폴과 아트 레이 데스 가문은 죽음이 기다리는 아라 키스로 향하는데... 위대한 자는 부름에 응답한다, 두려움에 맞서라, 이것은 위대한 시작이다!
아라키스, 베네 게 세리트, 퀴사츠 헤더락 등 세계관이 방대하고 복잡한 용어가 나오는 작품은 시작 전부터 겁이 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복잡한 단어는 몰라도 됩니다. 영화 <듄>은 꽤나 착실하게 세계관을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만 알고 가면 영화의 줄기를 따라가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먼 미래이지만 반기 계운동으로 의복과 전투 양식이 중세로 돌아갔고, 스파이스라는 진귀한 물질로 인해 가문 간 대립이 있다는 겁니다. 관람 중에 영화 초반부, 그리고 사막에 도착해서 오니솝터(헬리콥터)에 탔을 때 바짝 집중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 구간에서 마치 개론 수업이라도 듣는 양 기본적인 설정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다만 영화가 친절하다는 건 언제까지나 세계관의 기본 정보에 한해서지, 각 인물과 집단의 자세한 내막과 감정선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2부를 위해 아껴둔 부분도 있겠지만, 영화 완성도 측면에서 짚고 넘어가면 좋았을 텐데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영화 <듄>은 눈으로 보면 술술 지나가는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많은 작품입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최근 작품들 대부분의 연기 톤이 비슷해서 SF 배경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듄>에서 '폴 아트 레이 데스'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유약하고 나른한 이미지에서 상당히 벗어나, 후반부로 갈수록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영화 <더 킹; 헨리 5세>와 비슷한 결인데, 이때보다 감정 연기가 좀 더 섬세해졌고 분위기도 성숙해졌습니다.
영화 <듄>은 사막의 장엄함 못지않게 그의 미모를 구현하는 데 충실한 작품인듯합니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러닝타임 동안 눈이 아주 즐거울 겁니다. 끝없는 아라 키스의 사막 속에서 한 폭의 오아시스처럼 빛나는 외모였습니다.
폴만큼이나 마음이 갔던 인물은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한 '던컨 아이다호'. 폴과 던컨은 표면적으로는 군주와 신하 그리고 스승과 제자 관계지만, 던컨이 폴을 'My Boy'라고 부르고, 폴이 던컨과 친근한 관계라는 점이 참 애틋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폴이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던컨을 믿고 따랐는지, 그런 폴에게 던컨은 얼마나 따뜻한 존재였을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영화 <듄>은 분명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지만, 감각적으로 훌륭한 만큼 감정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그 감각적 체험이 정말 근사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멋진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2부는 2023년 10월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까지 원작 1권도 조금씩 정독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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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모험 / 미국, 헝가리, 캐나다 / 155분 |
개봉 | 2021. 10. 20 |
평점 | ★8.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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