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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내는 프로젝트를 무려 8년간 선보인 안재훈 감독, 그리고 그가 선보이는 해당 프로젝트 마지막을 장식할 것으로 알려진 영화 <무녀도>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멸해가는 '무녀'와 신구세대의 운명적 갈등을 담은 애니메이션입니다.
한국 고유의 멋, 그 자체로 가슴을 울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화려한 캐릭터들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그런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영화 <무녀도>는 한국의 현대문학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그 이야기를 스크린에 그대로 수놓는 방식으로 매력을 전합니다. 더불어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뮤지컬 방식을 택하여 두 장르의 결합을 보여주며 흥미를 유발합니다. 고전으로 불리는 한국 문학의 재탄생. 영화 <무녀도>는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보여주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신령님은 왜 내게 오셔서 이러십니까
영험하기로 이름난 무녀 '모화'는 영특한 아들 '욱이'와 어여쁜 딸 '낭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꿈꾸지만, 혹여 자신이 아들의 장래를 방해하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욱이를 절에 보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여 아픈 낭이를 애지중지 키우며 살아가는 모화. 하지만 10년 후, 집으로 돌아온 아들 욱이가 절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기독교 신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영험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느끼는 모화,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무녀도>는 영험함이 힘을 다해가는 무녀 엄마, 그리고 믿음을 드러내는 기독교인 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다뤄냅니다. 외래 문물에 의해 토속신앙이 무너져가는 시기에서 발생한 갈등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그려낸 것입니다. 영화 <무녀도>는 신령님을 믿는 모화와 하느님을 믿는 욱이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의 과정이 첨예하게 드러내면서,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시대적 배경으로 미루어 보아, 그들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을 빌어주었던 사이였으나, 순식간에 등을 돌려 갈등이 빚어지는 과정이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새로운 것들이 세상에 선보이고,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배제할 수 없는데, 영화 <무녀도>는 직업의 종말을 보여주는 이야기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내포하여 그 정서와 여운을 전하는 영화라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영화 <무녀도>를 관람하기 전,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이 영화의 작업방식이었습니다. 종이에 연필로 작화를 한 안재훈 감독과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해당 스태프들이 종이와 연필로 그린 마지막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수많은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는 세상,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 <무녀도>를 만든 이들이 그에 연장되는 것만 같은 느낌에 여운이 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영화 <무녀도>는 종이와 연필로 그린 그림을 디지털로 변환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을 표현한 장면들은 특유의 멋이 느껴졌으며, 전반적으로 한국의 옛 정서를 담아낸 표현력에 미묘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디지털로 작업한 작품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담아내고 있는 분위기를 특유의 색채로 담아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내포된 메시지를 담아내기에는 충분히 매력 있는 연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활용하여 몰입도를 끌어올린 것도 좋았습니다.
오프닝부터 무녀 모화의 모습을 긴 호흡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더니, 이내 이어지는 음악과 뮤지컬 넘버로 귀를 기울이게 만듭니다. 영화 <무녀도>는 한국 문학으로 기록된 이야기를 스크린에 자신의 색채를 더하여 부활시킨 애니메이션 영화이자, 한국에서도 뮤지컬 넘버를 활용한 뮤지컬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신령님을 모시는 모화와 하느님을 믿는 욱이의 이야기가 대립하는 과정을 뮤지컬 방식으로 흥미롭게 전개해나갑니다. 때로는 두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놀람과 동시에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들의 서사에서 드러나는 어둠의 그림자에 긴장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녀 모화와 그녀의 아들 욱이, 그리고 딸 낭이까지 세 사람이 이끌어가는 영화 <무녀도>는 예상외의 매력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드러내니, 여운에 빠져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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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애니메이션 / 한국 / 86분 |
개봉 | 2021. 11.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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