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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조용한 희망>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남편에게 학대를 당해 가출을 하고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청소일로 근근이 먹고사는 25살의 싱글맘이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런류의 이야기답게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힘겹고 무너지는 과정의 연속이다. 사실 콘텐츠의 소재 자체는 그다지 참신한 건 아니지만 묘하게 흡입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드라마라 10부작을 전부 시청했다.
드라마의 시작은 알렉스는 한밤 중에 세 살 된 딸을 데리고 집을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남편과 함께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던 알렉스는 남편 숀으로부터 정신적인 가해를 당하고, 이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살 곳을 찾아 나섭니다.
집을 떠난 알렉스의 인생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입니다. 돈도, 집도, 빽도, 심지어 직업도 없는 알렉스는 나 홀로 차가운 현실에 직면합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여성이 세 살 된 딸을 안정적으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집과 직업이 필요하지만, 직업이 없으면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심지어 육체적 학대가 아니라면 그 피해를 말하기도 어렵고, 법적으로는 더더욱 인정받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얻은 집은 곰팡이 투성이고, 떠나자니 돈이 없고, 떠나지 않자니 딸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일을 하자니 딸을 제대로 돌봐줄 사람은 없고, 어린이집에 딸을 맡기려면 돈이 없는 정말 화가 나는 현실이었습니다.
현실 앞에서 알렉스는 그저 멘붕일 뿐입니다.
과거도 그녀의 발목을 잡습니다.
히피 스타일의, 자유분방하기만 한 어머니는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아버지는 오래전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기가 꺼려집니다.
알렉스의 어머니 역시, 아버지를 피해 밤늦게 알렉스를 데리고 집을 떠난 경험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과거에 아내를 학대했던 전력이 있었고, 이는 알렉스의 트라우마로 남아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힙니다.
합격을 했던 대학은 다니지도 못했고, 약기운인지, 술기운인지 어쩌다 만난 남편은 알고 보면 생활력이 하나도 없는 기댈 수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실의 추진력이 되어야 할 과거는 앞으로 나갈래야 나갈 수 없는 늪과 같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알렉스는 조금씩 전진합니다.
암흑 같았던 과거,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또 자신의 딸을 위해 나아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파출부(Maid), 퇴거 청소 일을 하면서도 견뎌내야 하는 이유. 그나마 안정적인 아버지의 도움을 끊어내며 현실에서 발버둥 치는 이유는 그녀가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은 현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지만, 결국은 딸과 나를 위해 밝은 미래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엄마로서의 사명감이자 여성 그 자체의 독립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리즈 <조용한 희망>에서 그려내는, 소위 빈곤층을 위한 복지는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복지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한 지원 자격과 제도를 준수하는 것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조건은 모순적이고 그 지원도 미약하기만 합니다.
시리즈 <조용한 희망>은 알렉스의 삶을 통해 이처럼 미국이라는 강대국에서 살아가는 빈곤층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오히려 이런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제 살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은 알렉스입니다. 소위 거지 같은 제도를 누릴 수 있는 갖은 방법을 궁리하고 이를 쟁취해냅니다. 처음엔 복지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내켜하지 않았던 알렉스가 드라마 후반에는 다소 억척스러울 정도로 생존력 있는 여성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거창하고, 밝기만 한 희망이 아닌, 결코 손에 닿지 않은 것 같지만 차근차근 시나브로 다가오는 희망.
알렉스가 딛는 발걸음에 따라 그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희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조용한 희망은 자극적인 요소도 적고, 때로는 그 전개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 여성이 우여곡절 끝에, 냉혹한 미국 사회에서 자리를 과정을 보는 재미와 감동이 있습니다. 그 과정은 조마조마하고 안타까움을 계속해서 자아내기도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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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 2021. 10. 01 |
채널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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