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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공개된 최신 넷플릭스 영화 <패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국의 흑인 여성 소설가 넬라 라르센(1891~1964)이 1929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패싱>은 영국 배우 '레베카 홀'의 장편 연출 데뷔작입니다.
살인적인 더위로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던 1920년대 어느 여름날의 뉴욕. 백인과 흑인의 혼혈이지만 피부색이 검지 않은 까닭에 패싱(Passing)이 가능한 '아이린'(테사 톰슨)은 아들이 갖고 싶어 하는 책을 구입하기 위해 외출했다가 어린 시절 친구인 '클레어'(루스 네가)와 12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린은 금발까지 하고 나타난 클레어를 금방 알아보지 못한다. 지난 12년 동안 백인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다가 오랜만에 친구와 재회하게 된 클레어는 아이린을 자신의 호텔방으로까지 데려와 대화를 나누는데, 클레어의 남편이자 흑인을 혐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인 '존'(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호텔방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아이린을 불안에 떨게 된다. 과연, 이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인종차별이 지금보다 훨씬 더 극심했던 시절의 미국에서 패싱(Passing)은 대게 여러 세대에 걸쳐 혼혈이 거듭되며 외모적으로는 전혀 흑인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피하거나 고등교육 등을 받기 위해 백인 행세를 하는 행위를 주로 일컬었지만, 현재는 흑인 우대 입학 등을 위해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흑인 혈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흑인 행세를 한다거나, 아프로 라티노가 아프리카 아메리칸 행세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화 <패싱>의 경우에는 원작 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편이기 때문에 '백인처럼 보이는 흑인'의 이야기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패싱>이 보여주고 있었던 이야기와 그 이면에 깔려있는 다양한 메시지들은 2021년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미국인들의 가슴에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패싱>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자기모순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매료된 나머지, 화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이린의 경우, 자신이 필요할 때에는 백인 행세를 하지만 12년 동안 백인으로 살아온 클레어에 대해 반감을 나타내며, 흑인 복지연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클레어의 남편 존이 인종차별적인 언행에 분노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자신보다 피부색이 어두운 줄리 나를 당연하다는 듯이 하인으로 부리며 두 아들만큼은 인종차별에 관한 현실을 전혀 모르길 바라고, 자신의 남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은 클레어를 질투하면서도 흑인 사회를 그리워하는 그녀의 처지를 가슴 아파하는 등의 자기모순적인 행동들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클레어 역시, 화려하고 부유한 백인으로서의 삶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흑인 블루 컬러 가정에서 성장하며 누렸던 흑인들의 문화를 그리워한 나머지 걸핏하면 아이린을 찾아가서는 아이린보다 오히려 줄리 나와 훨씬 더 가깝게 지내며 그토록 그리워했던 흑인들의 문화를 탐닉합니다.
흑인임과 동시에 백인이기도 한, 존재 그 자체가 자기모순적인 두 여성 캐릭터는 실제로 흑백 혼혈인 테사 톰슨과 루스 네가의 훌륭한 연기력에 힘입어 흑백의 화면 속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패싱>을 통해 장편 연출 데뷔를 한 영국 배우 '레베카 홀' 또한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영화 <패싱>은 감독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화 <패싱>은 트렌드를 쫓아 영혼 없이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메시지들을 쏟아내기만 하는 요즘 영화들과는 달리, 어느 쪽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하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매혹적인 사유를 매끄럽게 펼쳐 내고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게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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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스릴러 / 미국 / 98분 |
개봉 | 2021. 11.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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